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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어항을 들이기 전에 정해야 할 것들이 있다. 담수냐 해수냐, 어떤 물고기를 키울 것이냐.
그리고 그에 맞는 어항으로는 무엇이 좋을까.
물생활 '물'경력 20년차..
담수와 해수의 차이, 어항의 크기와 형태,
그리고 초보일수록 왜 작은 어항이 아니라 물 양이 넉넉한 큰 어항을 골라야 하는지 정리해 보았다.

지난번에 '물잡기' 이야기를 풀면서, 글 말미에 슬쩍 공약을 했었더랬다. 어떤 물고기를 키울지, 어항은 뭘로 할지, 여과기는 또 뭘 고를지.. 이런 걸 앞으로 하나씩 따로 풀어보겠다고. 그래서 오늘은 그 첫 번째다.

그런데 막상 정리하려고 책상에 앉으니, 순서가 좀 거꾸로다 싶다. 누가 나한테 '집에서 물고기 키우고 싶은데 뭐부터 사요?' 하고 물으면, 지난 글에선 일단 어항이랑 여과기부터 사라고 답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릇이 있어야 물을 잡든 물고기를 넣든 하니까. 그런데 사실은, 그 '어항 사세요'보다 한 칸 더 앞에 와야 하는 질문이 있다. 바로 '무엇을 키울 것인가'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뒤에 나오는 거의 모든 게 여기서 갈리기 때문이다. 어떤 어항을 살지, 여과는 뭘 달지, 히터가 필요한지, 물은 얼마나 자주 갈아야 하는지.. 키울 대상이 정해지지 않으면 사실 어항 크기 하나도 제대로 못 고른다. 그러니 오늘은 어항 스펙표를 들이밀기 전에, 무엇을 키울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먼저 시작해보자.
첫 갈림길, 담수냐 해수냐
물생활의 가장 큰 갈림길은 사실 어종 하나하나가 아니라, 그 위에 있다. 담수 어항이냐, 해수 어항이냐.
먼저 솔직하게 밝혀두자. 나는 해수는 한 번도 안 해봤다. 20년 넘게 물생활을 했다지만 줄곧 담수만 했고, 지금도 45큐브 어항에 손 덜 가는 음성 수초 조금이랑 디스커스 네 마리를 키우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해수 쪽은 내가 떠들 자리가 아니다. 다만 입문자가 '어느 쪽으로 갈까'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될 만큼만, 아는 선에서 짚어보겠다.

해수 어항의 매력은 누가 봐도 명확하다. 우리에게 '니모'로 친숙한 흰동가리, '도리'로 친숙한 블루탱 같은, 이쁘고 화려한 해수어들. 거기에 알록달록한 산호와 말미잘까지 한 어항에 담을 수 있다는 건, 솔직히 몹시 매력적이다. 바닷속 한 조각을 거실에 들여놓는 셈이니까. 쨍한 밝은 조명 아래에서 알록달록한 빛깔의 산호들 사이에 하늘거리는 말미잘, 그 틈사이에서 고개를 빼꼼 내민 채 몸을 부비고 있는 흰동가리.. 못참지, 못참아.

문제는 그 한 조각을 유지하는 비용이다. 담수에서는 들어본 적도 없는 장비와 개념들을 한 보따리 새로 배워야 한다. 섬프(어항 아래 따로 두는 보조 수조), 스키머(물속 단백질 노폐물을 걷어내는 단백질 분리기), 라이브락(미생물이 붙어사는 바닷돌), 그리고 염도. 해수는 감으로 하는 게 아니라 수치로 관리하는 취미에 가까워서, 비중계로 염도를 1.023~1.026 언저리에 맞춰 꾸준히 관리해줘야 한다고 한다. 인공 해수염을 녹여 물을 만드는 것부터가 일이다. 진입장벽이 담수와는 결이 다르다.

반대로 담수는 일단 물갈이부터 대폭 간편하다. 염도를 맞출 일도 없고, 그냥 염소 날린 수돗물로 갈아주면 되니까(이 염소 날리기도 요새는 직수 필터를 이용해서 생략 가능하다). 그리고 담수의 또 다른 큰 즐거움이 있는데, 바로 수초다. 잘 자란 수초 어항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편안해지고, 뭐랄까.. 그냥 힐링이 된다. 해수어항에서도 해초나 해조류를 키울 수 있다지만, 아마 강한 수류가 거의 강제되는 해수 어항 특성 때문에 쉽지는 않을것 같다. 담수는 거기에 구피처럼 키우기도, 번식시키기도 쉬운 입문용 어종이 많아서 커뮤니티 등에서 분양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국내에서는 해수어에 비해 고를 수 있는 어종의 폭도 훨씬 넓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정리하면 대략 이렇다.
| 구분 | 담수 | 해수 |
| 대표 어종 | 구피, 테트라, 디스커스 등 | 흰동가리(니모), 블루탱(도리) 등 |
| 레이아웃 구성요소 | 수초, 유목, 돌 | 해초, 해조류, 산호, 말미잘, 라이브락 |
| 추가 장비 | 비교적 단순(여과기, 히터 정도) | 섬프, 스키머, 염도계 등 |
| 물갈이 | 간편(염소만 날리면) | 쉽진 않다..(염도 관리 필요) |
| 입문 난이도와 초기비용 | 상대적으로 낮음 | 상대적으로 높음 |
| 국내 어종 선택폭 | 넓은 편 | 좁은 편? |
난이도는 일반적인 경향일거라고 생각하는 내 개인적인 의견이고, 어떤 어종이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진다. 담수에도 까다로운 애들 많다. 당장 우리 집 디스커스부터가 나에게는 쉽지 않다..
그래서 처음이라면, 그리고 특별히 키우고 싶은 어종이 이미 딱 정해져 있어서 '나는 무조건 니모다' 하는 게 아닌 이상, 담수로 시작해보는건 어떤지 권하고 싶다. 나도 담수만 해봐서 하는 말이긴 하지만 ㅎㅎ
그다음, 어떤 물고기를 키울 것인가
담수로 정했다고 치자. 그래도 아직 어항을 사면 안 된다. 한 칸 더 남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물고기'를 키울지를 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어종이 사실상 어항의 크기와 모양, 여과, 수온, 수질을 다 결정해버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구피 몇 마리라면 작은 어항에서도 시작할 수 있다.(그렇다고 사실 작은 어항을 추천하는 건 아니다.) 작고, 순하고, 적응력도 좋다. 반대로 우리 집 디스커스 같은 애들은 덩치도 제법 크고, 따뜻하고 깨끗한 물을 좋아하는 데다 성격도 은근 예민해서, 작은 어항에 욱여넣으면 십중팔구 탈이 난다. 게다가 무슨 아로와나 같은 '대형어를 키우겠다'가 되면 이야기는 또 완전히 달라진다.

그러니 어항을 고르기 전에 먼저 정해야 한다. 나는 작고 알록달록한 무리를 떼로 보고 싶은가, 아니면 큼직한 한두 마리를 진득하게 키우고 싶은가. 수초도 같이 키우고 싶은가. 그리고 내가 집에서 감당 가능한 어항의 사이즈는 얼마나 되는가. 이런 것들이 고려되어야 비로소 '그럼 어항은 이만한 걸로' 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 한 가지. 어종과 어항을 정하다 보면 자연스레 '그럼 어항은 작은 거 하나 사면 되겠네' 하는 생각이 들기 쉬운데, 사실 이게 초보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다. 이 이야기는 밑에서 제대로 해보자.
어항도 종류가 이렇게 많다
자, 이제 어항이다. 막상 사려고 보면 부르는 이름이 어찌나 많은지, 처음엔 외계어처럼 들린다. 자반, 2자, 3자.. 거기에 광폭이니 큐브니 하이큐브니. 하나씩 풀어보자.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생각하면 편하다. 크기와 형태다.
크기는 보통 '자' 단위로 부른다. 한 자는 약 30cm고.. 따라서 자반(1.5자) 어항이면 가로가 대략 45cm, 2자 어항이면 60cm, 3자면 90cm쯤 된다고 보면 된다. 자반보다 작은 건 흔하진 않고, 30큐브나 미니어항 같은게 있기는 한데..넘어가자.
형태는 같은 가로 길이라도 앞뒤 폭(깊이)과 높이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갈린다. 앞뒤가 좁으면 슬림, 넓으면 광폭. 가로세로높이가 정사각에 가까우면 큐브, 거기서 키만 키우면 하이큐브. 그래서 같은 '2자'라도 슬림이냐 광폭이냐에 따라 들어가는 물의 양이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날 수 있다.

대략적인 물량을 표로 정리하면 이런 식이다. (제품마다 유리 두께나 실제 치수가 달라서 정확한 값은 아니고, 감을 잡는 용도다.)
| 어항 규격 | 대략적인 물의 양 |
| 자반 | 약 34L |
| 2자 슬림 | 약 50~60L |
| 2자 중폭 | 약 60~75L |
| 45큐브 | 약 75~80L |
| 2자 광폭 | 약 100~105L |
우리 집 어항은 45큐브니까, 대략 많아도 대략 80L짜리 어항에 디스커스 네 마리를 키우는 셈이다. 이 또한 과밀이라고 볼 수도 있긴 하다.
어항의 크기 외에도 다른 분류를 보자면.. 대체로 추천하지 않는 옵션들인데..
여과기, 조명, 히터 같은 걸 따로 사서 조립하는 대신, 그게 다 붙어 나오는 '일체형' 어항도 있다. 처음엔 일체형이 편해 보이지만, 나중에 장비를 바꾸거나 업그레이드하려면 오히려 손이 더 갈 수도 있으니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공간이 마땅찮을 때 쓰는 벽걸이형 같은 변종도 있지만 가정집에서 고려할 옵션이 아닌 것 같다. 게다가 폭이 극단적으로 좁은 어항은 물고기들을 학대하는 옵션이라고 생각한다. 모서리가 둥근 어항들도 있는데 여기에 물이 들어가면 어항 내부가 왜곡되어 보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추천하지 않는다.
아무튼, 갑자기 결론. 그래서, 초보일수록 어항은 크게 사라고?
내가 이 글에서 진짜 하고 싶은 한마디는 이거다.
초보일수록 어항은 작은 걸 고르면 안 된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작은 어항에 끌린다. 자리도 덜 차지하고, 싸고, 부담도 적어 보이니까. 책상 위에 올려둘 앙증맞은 미니 어항. 그 마음 안다. 그런데 물생활에서는 이게 함정이다.
핵심은 물의 양이다. 물이 많을수록, 어항 속 환경은 천천히 변한다. 물고기가 똥을 싸서 오염 물질이 좀 늘어도, 물이 많으면 그만큼 희석돼서 농도가 천천히 오른다. 한여름에 수온이 오르거나 겨울에 내려갈 때도, 물이 많으면 그 속도가 완만하다. pH 같은 수치가 흔들릴 때도 마찬가지다. 즉 물의 양 자체가, 초보가 저지르는 자잘한 실수를 받아주는 '완충 장치(버퍼)' 역할을 한다.
반대로 물이 적은 작은 어항은 모든 게 급격하다. 조금만 먹이를 많이 줘도 금방 오염되고, 햇볕 한 번 잘못 받으면 수온이 훅 오른다. 초보가 가장 다루기 어려운 게 바로 이 '급변'인데, 하필 작은 어항이 그걸 제일 잘 일으킨다. 지난 글에서 이야기한, 둥근 어항볼에 금붕어만 덩그러니 넣어두는 게 왜 그렇게 위험한지도 같은 맥락이다. 물이 적으니 버퍼가 거의 없어서, 작은 실수 하나에도 바로 용궁행이다.

그래서 나는 초보일수록 오히려 자반에서 2자 광폭 정도, 물의 양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는 어항으로 시작하길 권한다. 처음엔 '이렇게 큰 게 필요해?' 싶겠지만, 물이 많을수록 너그러운 어항이 되고, 너그러운 어항일수록 물고기가 덜 죽는다. 초보를 살려주는 건 비싼 물고기가 아니라 넉넉한 물이다.

물론 크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그만큼 자리도 차지하고, 물도 무겁고(2자 광폭이면 물만 100kg 가까이 된다), 한 번 갈 때 손도 더 간다. 하지만 '작아서 만만해 보이는' 어항에 끌려 시작했다가 물고기를 줄줄이 보내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조금 부담스럽더라도 버퍼가 큰 어항으로 시작하는 게, 길게 보면 훨씬 마음 편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무엇을 키울지(담수냐 해수냐, 그리고 어떤 어종이냐)를 먼저 정하고, 그다음에 거기 맞는 어항을, 그것도 초보일수록 너그럽게 큰 걸로. 이 순서만 기억해도 시작이 한결 수월할 거다.
그리고 어항까지 정했으면, 이제 여과기 이야기를 할 차례다. 그건 다음에 또 따로. 어항이 정해지고 여과기까지 골랐으면, 그다음은 어차피 담수든 해수든 똑같이 거쳐야 하는 '물잡기'다. 그 이야기는 지난 글 '새 어항에 물고기부터 바로 넣으면 안되는 이유 - 물잡기와 질소 순환 이야기'에 이미 풀어놨으니, 순서가 좀 뒤죽박죽이어도 같이 읽으면 그림이 맞춰질 거다.
새 어항에 물고기부터 바로 넣으면 안되는 이유 - 물잡기와 질소 순환 이야기
며칠 전, 아파트 단지에서 야시장을 한다길래 구경을 나갔다. 먹거리며 놀거리며 구경거리가 제법 그득해서 이것저것 기웃거리고 있었는데, 펼쳐놓은 체험활동 중에 '금붕어 건지기'가 있었다.
lostuni.tistory.com
글 닫기 전에..
처음 입문자에게 담수랑 해수 중에 뭐가 나은지 추천한다면?
특별히 해수어가 아니면 안 되는 게 아니라면, 담수가 낫다고 본다. 물갈이도 간편하고, 장비도 단순하고, 수초도 키울 수 있고, 입문용 어종도 훨씬 많다. 해수는 매력이 확실하지만 섬프, 스키머, 염도 관리 같은 게 따라붙어서 초보에겐 부담이 크다. (나도 해수는 안 해봐서 더 깊게는 말 못 하겠다.)
그냥 작고 예쁜 어항으로 시작하면 안 되나?
말리고 싶다. 작은 어항은 물이 적어서 오염, 수온, 수질이 급격하게 변한다. 초보가 제일 감당 못 하는 게 그 급변이다. 자리가 허락한다면 자반에서 2자 광폭 정도에서 고르자. 물 양이 받쳐주는 걸로 시작하는 게 물고기를 덜 죽인다.
자반, 2자, 광폭, 큐브.. 이게 다 무슨 말인가?
한 자가 약 30cm라서 2자면 가로 60cm, 3자면 90cm쯤이다. 광폭은 앞뒤 폭이 넓은 것, 큐브는 정사각에 가까운 것, 하이큐브는 거기서 키가 큰 것. 같은 2자라도 슬림이냐 광폭이냐에 따라 물 양이 두 배 가까이 차이 난다.
어항만 사면 바로 물고기 넣어도 되나?
아니다. 어항이랑 여과기를 갖췄어도, 물고기를 넣기 전에 '물잡기'라는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게 또 한 편짜리 이야기라, 지난 글에 따로 풀어놨으니 그쪽을 보시길. 한두마리정도, 물잡기를 도와줄 수 있는 튼튼하고 작은 물고기라면 몰라도, 키우고 싶은 물고기를 대량으로 한번에 어항에 밀어 넣는 것은 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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