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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항 여과기 종류, 저면부터 스펀지, 걸이식, 상면, 외부여과기까지 뭐가 다르고 뭘 골라야 할지 처음 물생활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막막하기 마련. 물경력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오랫동안 해온 물생활 경력으로 여과기별 장단점과 고르는 기준을 정리해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여과기는 결국 여과력이다.


지난 글에서 어항까지 골랐으면 이제 여과기 이야기를 할 차례라고 했었다. 그래서 오늘은 여과기 이야기다.
여과기 이야기를 한 편으로 따로 뺀 이유가 있다. 어항에 들어가는 장비들 중에 특히 여과기는 직접적으로 '물고기를 살리는 일'을 담당하는 장비이기 때문이다. 조명이 없어도 물고기는 산다. 히터가 없어도 어종과 환경에 따라 버틸 수 있다. 그런데 여과기가 멈춘 어항은, 그 순간부터 그냥 서서히 오염되는 물통이다.
그리고 여과기에는 종류가 많다. 저면, 스펀지, 측면, 걸이식, 상면, 외부.. 처음 물생활에 입문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름부터가 생소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열정적이진 않았어도 꽤나 오래 물생활을 해 왔기에, 꽤 많은 종류의 여과기를 거쳐왔던 것 같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여과기가 하는 일은 사실 두 가지

여과기가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눈에 보이는 찌꺼기를 물리적으로 거르는 것. 물고기 배설물, 먹이 찌꺼기, 떠다니는 부유물을 스펀지나 솜에 걸러내는, 우리가 '필터'라는 단어에서 바로 떠올리는 그 역할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하나가 사실은 진짜 본업인데, 바로 여과박테리아의 집 역할이다. 물고기가 만들어내는 암모니아를 박테리아가 덜 해로운 물질로 바꿔주는 생물학적 여과. 이 이야기는 물잡기 글에서 충분히 풀었으니 여기선 한 줄로 줄인다. 여과기 속 여과재는 사실 거름망이라기보다 박테리아의 아파트다. 그러니 아파트가 클수록, 입주민이 많을수록, 물은 안정된다. 이 한 줄이 오늘 글 전체의 스포일러이기도 하다.
저면 여과기, 그 시절의 대공사

내가 처음 열대어를 키우기 시작하던 시기에는 저면 여과기가 일반적이었던 것 같다. 바닥재 밑에 판을 깔고, 바닥재 전체를 여과재로 쓰는 방식이다. 기포기로 공기를 불어넣어 물을 순환시킨다. 바닥재 전체가 여과재가 되니 이론상 여과 면적은 상당히 넉넉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청소다. 바닥재와 그 밑에 깔린 솜 같은 여과재에 찌꺼기가 쌓이면, 여과 성능이 떨어지게 되니, 주기적으로 어항 전체를 들어내야 했다. 당시 내가 했던 어항 청소의 순서는 이랬다.(절대 따라하지 말 것)
- 물고기들을 기존 물 일부와 함께 다른 통에 대피시킨다.
- 남은 어항 물을 빼내고, 그 물로 바닥재를 박박 씻는다. 모자라면 받아놓은 물을 쓴다.
- 잘 씻은 여과재와 바닥재, 저면 여과기를 다시 세팅하고, 받아놓은 물이나 염소 제거한 수돗물을 채운다.
- 물고기들을 다시 넣는다.
글로 쓰니 네 줄인데, 실제로 해보면 반나절짜리 대공사다. 당연히 힘들었다.. 어쨌든, 일반적으로 이렇게 하지 않는다. 아니, 일반적이라기보다는, 강조하지만, 절대 이렇게 하면 안된다. 하지만 당시에 나는 누군가에게 물생활 노하우를 공유받거나 할 수가 없었고, 그냥 당연히 그렇게 하는건 줄 알았다. 당시에 내가 관리하던 어항은 자반 정도 되는 작은 어항이었기에 그나마 저게 가능했던 거긴 한데, 어쨌든 일단 어항을 자꾸 옮기면 안된다. 바닥재를 박박 씻는 것도 금기다. 기껏 활착한 박테리아들을 하수구로 방생하는 꼴이다.
나중에서야 사이펀으로 바닥재를 청소하는 방법에 대해 알게 되었지만, 어쨌든 저면 여과기에 같이 사용하는 솜 같은 여과재는 사이펀으로 청소할 방법이 없으므로 주기적으로 들어내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리고 바닥재 아래로 원할한 수류가 형성되어야 하기 때문에 수초를 키울 수가 없었다. 아마 요즘도 일반 가정집에서 저면 여과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바닥재 전체를 여과재로 사용하게 되는 개념과 저렴한 가격은, 관리만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조건이다.
스펀지 여과기, 성능은 인정. 그런데..

저면 여과기는 구조상 기포기와 함께 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차피 기포기를 쓸 거라면, 스펀지 여과기가 훨씬 낫지 않나 싶다. 관리는 쉽고 효과는 좋다. 스펀지 자체가 물리적 여과와 박테리아의 집 역할을 동시에 하고, 청소도 스펀지만 꺼내 헹구면 끝이다. 치어를 빨아들일 흡입구도 없어서 번식 어항에 많이들 쓴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나는 스펀지 여과기를 쓰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미관상 내 취향과 너무 맞지 않았다. 어항 안에 그 스펀지 뭉치가 떡하니 들어앉아 있는 모습이 나는 도저히.. 성능과는 무관한, 순전히 취향의 문제다. 그러니 스펀지의 생김새가 거슬리지 않는 분이라면, 이만큼 가성비 좋은 여과기가 없다고 생각한다.
측면, 걸이식, 상면. 하나씩 거쳐온 길

그다음 내가 써본 건 측면 여과기와 걸이식 여과기다.
측면 여과기는 어항 안쪽 벽에 붙이는 모터 여과기인데, 열대어 키우기엔 정말 별로였다. 어항 안에서 차지하는 공간 대비 여과재가 조금 들어가서 효과는 적었고, 수류 모터가 너무 강력한 것도 그렇고. 다만 거북이를 키울 때는 꽤 괜찮았다. 반수생 거북이 어항에 눕혀서 넣어놓는 식으로 사용했었는데, 거북이는 아가미로 호흡하는게 아니라서 이 때 측면 여과기의 강한 수류는 오히려 물리적인 여과 성능을 극대화 했던 것 같다.
걸이식 여과기는 어항 한 쪽 상부 벽면 위에 걸쳐놓는 방식이다. 설치가 간단하고 어항 안을 거의 침범하지 않아서 입문용으로 무난하다. 지금도 하나 가지고 있기는 한데, 현재 어항 위치상 걸어둘 자리가 없어서 상면 여과기로 바꿨다.
상면 여과기는 어항 위에 여과조를 올리는 방식인데, 서브 여과기로 지금 몹시 만족하며 쓰고 있다. 어항 위 공간을 쓰니 자리 문제에서 자유롭고, 여과조가 위에 있으니 여과재를 넣고 빼기도 편하다. 자작 상면 여과기 사용하시는 분들에 대한 글을 찾아보면, 어마어마한 양의 여과재를 안에 넣고 효율을 극대화 하기도 한다. 방식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여과 과정에서 물에 충분한 공기를 공급하게 되기 때문에 호기성 박테리아의 활성도가 높은 장점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외부 여과기, 지금의 메인

지금 우리 집 어항의 메인은 외부 여과기다. 어항 밖에 두는 밀폐된 통에 여과재를 채우고, 호스로 물을 순환시키는 방식.
처음 써본 미니 외부 여과기는 오래 쓰다 보니 물이 새는 문제가 생긴 적이 있었다. 어항 밖에 두는 물건이라 누수는 외부 여과기의 태생적인 리스크이긴 하다. 그런데도 내가 외부 여과기를 메인으로 쓰는 이유는, 장점이 그걸 덮고도 남기 때문이다.
일단 어항 내부에서 자리를 차지하지 않는다. 스펀지 여과기에서 그렇게 거슬렸던 문제가 통째로 사라진다. 어항 안에는 입수구와 출수구 파이프만 남고, 나머지는 전부 어항 밖이다. 이게 그대로 미관상의 장점이 된다.
그리고 하나 더, 외부 여과기 통의 용량만큼 어항의 물 양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지난 글에서 물이 많을수록 어항이 너그러워진다고 했었는데, 외부 여과기는 여과기이면서 동시에 그 '너그러움'을 몇 리터 더 얹어주는 물건인 셈이다.
표로 한번 정리하고 가자
| 종류 | 구동 | 장점 | 단점 |
| 저면 | 기포기 | 바닥재 전체가 여과재 | 청소가 대공사 |
| 스펀지 | 기포기 | 값싸고 관리 쉽고 성능 좋음, 치어 안전 | 미관(취향 문제) |
| 측면 | 모터 | 설치 간단 | 어항 내 자리 차지, 여과 용량 작음 |
| 걸이식 | 모터 | 설치 간단, 내부 침범 적음 | 걸어둘 공간 필요 |
| 상면 | 모터 | 여과재 관리 편함, 자리 효율 | 어항 위가 가려짐 |
| 외부 | 모터 | 여과 용량 최대, 미관, 물 양 증가 효과 | 가격, 누수 리스크 |
장단점은 어디까지나 내가 겪은 범위의 이야기다. 제품마다, 어항 환경마다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이 외에도 단지 여과기, 배면 여과기, 유동성 여과기 등, 다양한 형태와 방식의 여과기들이 더 있고, 섬프 어항을 구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과기는 결국, 여과력이다
여과기를 고를 때 따질 게 많아 보이지만, 나는 여과기의 가치는 결국 여과력이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물고기를 살리기 위해 넣는 필수 장비다. 그 역할을 다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미관이니 소음이니 하는 건 그 다음이다.. 라고 말하면서 정작 스펀지 여과기를 미관 때문에 안 쓴 사람이 할 소리인가 싶지만..ㅎㅎ 어쨌든, 하고 싶은 말은, 그러니까 여과력이 확보된 다음에, 취향을 챙기자는 이야기다.
그래서 지금 우리 집 45큐브에는 외부 여과기 두 대에 상면 여과기 하나까지, 여과기가 총 세 대 붙어 있다. 디스커스는 엄청 먹고 싸면서 또 예민한 애들이라, 여과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답이 없다.
아니 45큐브에 외부여과기 두 대면 물살에 물고기가 떠밀려 다니는 거 아닌가? 싶을 텐데, 맞다. 그래서 두 대를 그냥 돌리지 않는다. 두 대를 직렬로 연결해서, 한 대만 전원을 넣어 쓴다. 물이 여과기 두 통을 차례로 통과하니 여과재 용량은 두 배인데, 물을 미는 모터는 한 대라 수류는 완화가 된다. 여과력은 늘리고 수류는 안 늘리는 방법. 여과재도 요새 괜찮은 국산 제품으로 잘 채워 넣었다.
여기에 하나 더, 각 여과기의 입수구에는 프리필터가 달려 있다. 프리필터란 입수구에 끼우는 스펀지인데, 큰 찌꺼기를 입구에서 미리 걸러줘서 여과기 본체의 여과재 청소 주기를 대폭 늘려준다. 게다가 이 스펀지 자체가 어느 정도 스펀지 여과기 역할까지 해준다. 열대어나 새우의 번식을 생각하고 있다면 치어, 치비들이 여과기에 빨려 들어가는 불상사도 막아준다. 가능하다면 달아주는 게 좋다. 뭐, 결국 스펀지 여과기처럼 어항 내부의 공간을 시커먼 스펀지가 차지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쌍기 스펀지 여과기의 부피를 생각하면 미관상 여전히 이득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어쨌든 여과 용량을 늘려주는 게 최우선. 프리필터는? 가급적 달아준다. 미관은 그다음. 그럼 나는 왜 스펀지 여과기를 쓰지 않나? 그건.. 타협이 안되는 취향의 문제다.
지난 글에서 무엇을 키울지 정하고 어항을 골랐고, 오늘 여과기까지 골랐다. 그럼 그다음은, 어항과 여과기를 세팅해놓고 물고기를 들이기 전에 거쳐야 하는 그 단계다. 그 이야기는 이미 '새 어항에 물고기부터 바로 넣으면 안되는 이유 - 물잡기와 질소 순환 이야기'에 풀어놨다. 여과기 속 박테리아 아파트에 입주민을 채우는 이야기이기도 하니, 이 글과 이어 읽으면 그림이 맞춰질 거다.
새 어항에 물고기부터 바로 넣으면 안되는 이유 - 물잡기와 질소 순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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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닫기 전에..
초보한테 여과기 딱 하나만 추천한다면?
스펀지 여과기다. 값싸고, 관리 쉽고, 성능 좋고, 치어까지 안전하다. 정작 나는 미관 때문에 안 썼지만, 그건 순전히 취향 문제고.. 성능만 보면 이만한 게 없다.
기포기랑 여과기, 둘 다 있어야 하나?
아니다. 스펀지나 저면 여과기는 기포기로 돌아가니 기포기가 필수지만, 모터로 도는 여과기(걸이식, 상면, 외부 등)를 쓴다면 기포기가 없어도 된다.
프리필터가 뭔가?
여과기 입수구에 끼우는 스펀지다. 큰 찌꺼기를 입구에서 미리 걸러 여과기 본체 청소 주기를 늘려주고, 치어나 새우가 빨려 들어가는 것도 막아준다. 몇천 원짜리 물건이 하는 일 치고는 꽤나 유능하다.
여과기, 밤에는 꺼도 되나?
안 된다. 여과기 속 박테리아도 산소가 필요해서, 물이 오래 멈추면 죽기 시작한다. 여과기는 24시간 돌리는 물건이다. 전기요금은.. 생각보다 얼마 안 나온다.
여과기 청소는 얼마나 자주 해야 하나?
주기적으로 해도 좋은데, 키우는 생물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정해진 답은 없다. 다만 출수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면, 이건 청소해줘야 한다는 신호라고 보면 된다. 한 가지는 반드시 기억하자. 여과재는 수돗물로 씻으면 안 된다. 염소가 박테리아를 소독해버린다. 환수하면서 빼낸 어항 물로 슬렁슬렁 헹구는 정도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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