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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는 한 번 번쩍였는데 천둥소리는 왜 '쾅'이 아니라 한참 동안 우르릉, 길게 끌어서 날까.

천둥이 길게 울리는 이유, 가까운 천둥은 쾅 멀리서는 우르릉으로 들리는 이유,

번개와 천둥 사이 초를 세면 거리가 나오는 원리까지 정리해 보았다.


'번쩍'은 한 번이었는데, 소리는 왜 이렇게 질질 끄는 걸까.

 

우리 집은 아파트 꼭대기 층이다.

 

낙뢰가 떨어진다면, 우리 집 천장 바로 위 어딘가에 있을 피뢰침이 그걸 받아 땅으로 흘려보내게 되어 있다. 그러니까 머리로는, 그걸 아주 잘 안다. 안전하다. 피뢰침이 다 알아서 해주지. 그래.

 

그런데도 천둥이 치는 날이면 나는 나도 모르게 초를 세고 있다. 창밖이 번쩍, 하는 그 순간부터. 하나, 둘, 셋.. 그러다 '우르릉' 하고 소리가 따라오면, 아 이번 건 좀 가까웠네, 혹은 멀었네, 하고 혼자 거리를 가늠한다. 안전한 거 알면서. 잡생각이 많은 편이라 그렇다고 해두자.

 

하나, 둘, 셋.. 이번 건 좀 멀었네. 안전한 거 알면서도 매번 이런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번개는 분명히 '한 번' 번쩍이는데, 왜 천둥은 '쾅' 하고 한 번에 안 끝나고 '우르르르릉..' 하면서 한참을 끌까. 번쩍임이 한 번이면 소리도 한 번 '쾅' 하고 끝나야 하는 거 아닌가? 과천에 있는 국립과학관에 가보면 거기 테슬라 코일을 시연하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 시연하는 것을 보면 소리도 빛이 번쩍이는 동안만 '바아아앗, 바밧' 하고 난단 말이지. 천둥 역시 그걸 좀 키워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하면, 번개가 번쩍이는 횟수와 시간에 비례해서 쾅, 콰쾅, 하고 말아야 하는데 실제로는 다르다. '우르르르, 콰광, 쿠르르르르'..

 

메아리 때문이라고? 아닌 것 같은데

처음엔 그냥 메아리인 줄 알았다. 산이나 건물에 소리가 부딪혀서 되돌아오는 거. 그런데 그건 좀 이상하다. 번개는 사방이 탁 트인 하늘 한가운데에서 치는데, 거기에 뭐 부딪힐게 있다고 천둥이 길게 우르릉거리는 걸까. 번개가 짧은 시간에 여러 번 친 것도 아니다. 한 번 번쩍이고 끝났는데도 소리는 길게 끈다. 그러니까 답은 메아리도, 여러 번 친 것도 아니다.

 

사실 비밀은 이 번개라는 게 '생각보다 엄청나게 길쭉하다'는 데 있다. 차근차근 가보자.

 

일단, 천둥이라는 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번개가 칠 때, 그 번개가 지나가는 통로? 궤적?(채널이라고 부른다)의 공기는 순식간에 약 3만 ℃까지 달궈진다. 3만 도. 태양 표면 온도의 다섯 배쯤 된다. 별것 아닌 척 썼는데 다시 봐도 미친 숫자다. 오타도 아니다.

 

공기가 이렇게 한순간에 뜨거워지면 폭발하듯이 팽창하게 된다. 부풀면서 앞에 있던 공기를 확 밀어내는데, 이렇게 '충격파'가 발생한다. 전투기가 음속을 돌파할 때 '펑' 하는 소닉붐과 유사한 원리로.(이 충격파와 도플러 효과에 대해서도 나중에 한번 다뤄볼만 하겠다. 도플러 효과는 내가 학부시절 발표도 한 적이 있었다. 교수님에게 대차게 혼나긴 했지만..) 그 충격파가 우리 귀까지 공기를 타고 전해진 게 바로 천둥소리다. 그러니까 천둥은 '소리'라기보다는 공기가.. 말하자면 '터지면서' 생긴 '충격'에 가깝다.

 

소리라기보다 공기가 터진 거다. 전투기 소닉붐과는 사촌쯤.

 

여기까지가 '왜 소리가 나는가'다. 그런데 우리가 궁금한 건 '왜 길게 나는가'였다.

 

번개는 '점'이 아니라 '선'이다

여기가 오늘의 진짜 포인트다.

 

우리는 천둥의 근원을 생각할 때, 머릿속에서 번개를 그냥.. 말하자면 '번쩍'이는 한 점처럼 취급한다. 그런데 실제 번개 한 줄기는 구름에서 땅까지, 혹은 구름에서 구름까지, 길이가 몇 km에 이른다. 짧지 않다. 하늘에 그어진 수 km짜리 기다란 불기둥인 셈이다.

 

이 긴 채널이 동시에 '쫙' 하고 빛난다. 빛은 워낙 빨라서 채널 전체가 우리 눈엔 한순간에 번쩍인 걸로 보인다. 문제는 소리다. 소리는 1초에 약 340m밖에 못 간다. 빛에 비하면 굼벵이다. 전투기도 소리 정도는 쉽게 앞지를 수 있다.

 

자, 이제 그 몇 km나 하는 번개 채널의 '나랑 가까운 끝'에서 난 소리와 '먼 끝'에서 난 소리를 생각해보자. 둘은 거의 동시에 출발 했지만, 나한테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다르다.

 

한 번의 번개인데, 소리는 거리별로 줄줄이 도착한다. 이게 우르릉의 정체

 

예를 들어 번개의 가장 가까운 부분이 나에게서 1.6km(1마일) 떨어져 있으면 그 소리는 약 5초 뒤에 도착한다. 그런데 그 번개의 가장 먼 부분이 5km쯤 떨어져 있으면, 그 끝에서 난 소리는 15초쯤 뒤에야 도착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채널의 모든 지점에서 난 소리들이 5초, 6초, 7초.. 하면서 줄줄이 도착한다.

 

한 번의 번개인데, 소리는 '여러 거리에서 시차를 두고' 도착하는 거다. 이 시차가 쭉 이어지면서 우리 귀엔 '우르르르릉' 하고 끌리는 소리로 들린다. 길게 끄는 정체가 이거였다.

 

게다가 번개는 자처럼 곧지 않다. 지그재그로 꺾이고, 중간중간 가지를 친다. 그러니 채널 각 부분과 나 사이의 거리는 더 제각각이 되고, 소리가 도착하는 타이밍은 더 흩어진다. 여기에 구름이나 지형, 건물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진짜 메아리까지 살짝 얹히면 꼬리가 더 길어진다. (메아리가 '주범'은 아니지만 '거들기'는 하겠지.. 정도로 정리해두자.)

 

가까우면 '쾅', 멀면 '우르릉'인 이유

이제 이런 것도 설명이 된다. 바로 옆에 떨어진 벼락은 '쾅!' 하고 날카롭게 터지듯 들리는데, 멀리서 치는 천둥은 '우르르릉' 하고 낮고 둔하게 깔린다.. 아, 참고로 내 바로 옆에 벼락이 떨어진 적은 없다. 그냥 가깝게 떨어진 것은 봤는데, 아파트 앞동 피뢰침에 떨어지는걸 봤다. 물론 아무일 안 일어나는 것도 봤지만, 그래도 벼락 떨어지는 걸 눈앞에서 보는건 좀 충격적이긴 했다. 영화 같은 것과는 다른 압도적인 그 충격. 그걸 봤기에 내가 천둥 칠 때마다 속으로 초를 세고 있는게 아닐까..하고 변명을 해 본다.

 

어쨌든, 가까이서 들으면 번개 채널 전체가 다 비슷하게 가까우니까 소리가 한꺼번에 몰려와서 짧고 날카롭게 '쾅' 한다. 게다가 가까운 소리에는 날카로운 고음 성분이 살아 있다. 종이를 쫙 찢는 듯한 그 째지는 소리.

 

그런데 소리가 멀리서 올수록, 높은 음(고주파)부터 공기 중에서 먼저 사그라든다. 고음이 거리에 약하다. 반대로 낮은 음(저주파)은 멀리까지도 거의 안 죽고 잘 간다. 그래서 먼 천둥은 째지는 고음이 다 깎여나가고 '웅~' 하는 저음만 남아서, 우리가 아는 그 우르릉으로 들리는 거다. 저 멀리 깔리는 천둥소리가 유독 묵직하고 낮은 게 기분 탓이 아니었다.

 

같은 천둥인데 거리에 따라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가까우면 사납고, 멀면 무겁다

구분 가까운 천둥 먼 천둥
들리는 느낌 짧고 날카로운 '쾅' 길고 둔한 '우르릉'
소리가 도착하는 시차 거의 동시(채널이 다 가까움) 길게 벌어짐(채널 끝까지 거리 차 큼)
살아남는 음 고음까지 살아 있음 저음만 남음(고음은 거리에서 깎임)
번쩍임과의 간격 거의 동시 한참 뒤

 

그래서, 일단 초는 세어 보자.

번개의 번쩍임과 천둥소리 사이에 초를 세는 것은 알고 보면 꽤 합리적인 거리 측정법이다. 빛은 사실상 즉시 도착하고, 소리는 1초에 약 340m를 가니까. 번쩍인 뒤 천둥까지 3초가 걸렸다면 소리가 약 1km를 온 셈이고, 그게 곧 번개까지의 (대략적인) 거리다. 3초에 1km, 라고 외워두면 편하다.

 

물론 방금 말했듯 번개는 '선'이라 '한 점까지의 거리'라는 게 애초에 좀 애매하긴 하다. 보통은 '가장 가까운 부분까지의 거리'로 보면 되는데, 어쨌든 간격이 점점 짧아진다면 번개가 나한테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니, 이때부턴 초 세기 놀이를 멈추고 실내로 들어가는 게 맞다고 할 수 있겠다.

 

3초에 1km. 낙뢰가 걱정되는 날은 외부 활동은 자제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게 맞다.

 

그리고 우리 집 피뢰침 얘기로 잠깐 돌아가면. 피뢰침은 낙뢰를 그냥 대신 '맞아주는' 게 아니라 더 안전한 길을 미리 깔아두고 전류를 땅으로 유도해 흘려보내는 장치다. 지붕이 피뢰침보다 더 저항이 적고 전하의 유도가 잘 일어나는 도체가 아닌 이상 낙뢰가 떨어진다면 지붕이 아닌 피뢰침으로 떨어지는게 당연하다. 다만 천둥번개가 심한 날 옥상에 올라가거나, 창문 활짝 열고 손 내밀고있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실제로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의 재산이나 신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런 이야기는 길게 안 하겠지만, 번개가 심할 땐 그냥 건물안에서 얌전히 있는 게 최고다. 자세한 행동요령은 기상청이나 안전 안내를 따르시길 바란다.

 

마무리

쓰다 보니, 비 오기 직전 그 특유의 냄새(그건 또 다른 글에서 다뤘다)부터 번쩍임, 그리고 한 박자 늦게 따라오는 천둥 소리까지, 여름 소나기 한 번에도 참 여러 일이 벌어지는구나 싶다.

 

이 글을 쓰는 지금(2026년 6월 말)은 이상하게 장마가 늦어지고 있다는데, 막상 시작되면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쏟아질 거라는 예보가 보인다. 그러니 곧 또 번쩍, 우르릉 할 날이 오겠지. 그날 밤에도 나는 또 꼭대기 층에서, 안전한 걸 뻔히 알면서, 속으로 초를 세고 있을 거다. 하나, 둘, 셋.. 이번엔 몇 km쯤이려나. 하면서. ㅎㅎ


글 닫기 전에..

천둥은 왜 '쾅' 안 하고 길게 우르릉 울리나?

번개가 점이 아니라 수 km짜리 긴 채널이라서다. 그 긴 채널의 가까운 부분과 먼 부분에서 난 소리가 시차를 두고 줄줄이 도착하기 때문에 길게 끌린다. 메아리나 여러 번 친 게 아니다.

 

번개랑 천둥 사이에 초를 세면 진짜 거리가 나오나?

대략은 나온다. 소리가 1초에 약 340m를 가니까, 번쩍인 뒤 천둥까지 걸린 초를 3으로 나누면 km 단위로 대강의 거리다(3초면 약 1km). 정밀한 값은 아니고 눈대중용? 어림짐작용? 뭐 그런거다.

 

가까운 천둥은 '쾅', 먼 천둥은 '우르릉'인 이유는?

가까우면 채널 전체 소리가 거의 동시에, 고음까지 살아서 와서 날카롭게 '쾅' 한다. 멀면 도착 시차가 벌어지고 고음은 거리에서 깎여 저음만 남아 '우르릉'으로 깔린다.

 

천둥소리가 크면 더 위험한 건가?

소리 크기보다 '간격'을 보는 게 낫다. 번쩍임과 천둥 사이가 짧아지고 있다면 번개가 다가오는 중이라는 신호니, 이때는 실내로. 소리 자체는 거리와 지형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아파트 꼭대기 층은 위험하지 않나?

피뢰침과 접지가 제대로 되어 있으면 낙뢰를 땅으로 유도해 흘려보내게 되어 있다. 다만 옥상에 올라가거나 천둥번개 심할 때 무리한 야외 활동은 피하고, 안전 안내를 따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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