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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하고 돌아온 늦은 밤, 주차장 나무에서 매미 한 마리가 막 우화를 마치고 날개를 펴고 있었다.

그 옆에 아직 자리를 못 잡은 애벌레 한마리를 집에 데려와 밤새 허물을 벗고 날개를 말리는 걸 지켜본 김에,

그렇게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다.

수컷만 우는 이유, 한밤중에도 우는 이유, 그리고 '7년이니 17년이니' 하는 오해까지.


허물을 벗고 날개를 펼쳐 말리고 있는 말매미. 이 투명한 연둣빛은 딱 이 때에만 볼 수 있고, 곧 새까만 말매미가 된다.

 

야근하고 늦게 돌아온 어느 여름밤이었다. 비가 한 차례 지나가 땅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고, 아파트 주차장 한쪽 구석에 겨우 차를 댔다. 내려서 걸어가는데, 옆 나무에서 뭔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매미 애벌레였다. 정확히는, 애벌레가 막 매미가 되고 있는 중이었다. 등이 갈라지고, 그 틈으로 연둣빛 몸이 천천히 빠져나오고 있었다. 신기해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사진도 찍었다. 바로 옆에는 이미 텅 빈 허물도 하나 더 붙어 있었다.

 

비 온 밤, 나무에 매달려 막 우화를 끝낸 매미와 빈 허물. 윗쪽에도 빈 허물이 하나 더 보인다.

 

살짝 각도와 조명을 바꿔 다시 찍어봤다.

 

이틀 뒤, 야근을 또 하고.. 돌아와서는 '혹시나' 하고 화단 쪽으로 가봤다. 역시나, 애벌레 몇 마리가 또 땅에서 올라와 나무를 기어오르고 있었다. 막 허물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애벌레도 있다.

 

이틀 뒤, 나무껍질을 붙잡고 허물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한 애벌레

 

막 등이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움찔, 움찔, 성체가 빠져나오기 시작한다.

 

근처에 아직 허물 벗기 좋은 각도를 못 찾은건지, 장소를 못찾은건지, 꿈지럭거리며 기어다니는 녀석이 하나 있기에, 이번엔 그 한 마리를 집으로 데려와 봤다. 그리고 그날 밤, 이 녀석은 집 안에서 우화를 끝냈다. 스탠드 목에 매달려서, 구겨져 있던 날개를 천천히 펴고, 밤새 그 날개를 말렸다. 처음엔 짧고 쪼글쪼글하던 날개가 시간이 지날수록 투명한 연둣빛으로 쫙 펴지는데.. 투명한 에메랄드 빛 매미는 솔직히 좀 멋있었다.

 

집 안, 스탠드에 매달려 우화중인 매미. 거꾸로 매달린 채 허물에서 반쯤 빠져나온 상태다.

 

허물에서 몸 전체를 꺼낸 뒤 날개를 말리기 시작한 매미. 사실 사진은 깜박하고 못찍었지만 날개는 허물에서 갓 나온 직후, 처음에는 구겨진 상태에서 저렇게 매달린 채 천천히 펼친 것이다.

 

아침이 되자 색깔도 거뭇해지고 날개 또한 단단해 보이길래, 창밖 방충망에 붙여주기가 무섭게 기세 좋게 날아가 버렸다. 사진도 못 찍었는데..

 

어쨌든, 이 매미는 내가 어릴 때 그렇게 잡고 싶었던 말매미였다. 어릴 때는 잡고 싶어도 못잡았던 걸 다 큰 어른이 돼서 직접 키워(?) 날려보낸 셈이다. ㅎㅎ

 

우화를 시작할 '최적의 각도'를 찾는 매미 애벌레

 

아무튼, 며칠 사이 매미가 태어나는 걸 코앞에서 본 김에, 곧 도시를 통째로 시끄럽게 만들 이 친구들 이야기를 좀 정리해 보기로 했다. 매미는 대체 왜, 어떻게 그렇게 울어대는 걸까.

 

일단, 당연하지만, 그냥 더워서 우는 건 아니다

매미가 울면 '아 여름이구나' 한다. 그래서 그냥 더우면 우는 건가.. 라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그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매미 울음은 더위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연애편지다. 그것도 수컷만 쓰는.

 

매미는 수컷만 운다. 암컷은 (대부분의 종이) 소리 내는 기관 자체가 없어서 조용하다. 그러니까 여름 내내 들리는 그 우렁찬 합창은, 전부 수컷들이 '나 여기 있어, 이리 와' 하고 암컷을 부르는 소리다. 짝짓기 신호인 거다.

 

성대도 없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시끄러울까

여기서 좀 신기한 부분. 매미는 사람처럼 목으로 소리를 내는 게 아니다. 수컷 배 양옆에는 '진동막'이라는 얇은 막이 있는데, 쉽게 말하면 배에 달린 작은 북이라고 보면 된다.

 

이 막을 근육으로 안쪽으로 확 당기면 '딸깍' 하고 한 번, 힘을 풀면 막이 제자리로 튕기면서 또 '딸깍'. 이걸 1초에 수백 번씩 미친 듯이 반복한다. 그 수백 번의 딸깍이 사람 귀에는 하나로 이어진 '맴~' 소리로 들리는 거다.

 

게다가 매미 배 속은 거의 텅 비어 있다. 이 빈 공간이 울림통 역할을 해서, 작은 막의 딸깍 소리를 엄청나게 키운다. 기타 몸통이 줄 소리를 키우는 거랑 비슷한 원리다(맞나? ㅎㅎ). 몸도 작은 녀석이 그렇게 멀리까지 소리를 보내는 비결이 여기 있다.

 

배에 달린 작은 북(진동막)을 1초에 수백 번 튕긴다. 텅 빈 배가 울림통이고. 물론 이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한 이미지로, 실제와 다르다.

 

그런데 왜 한밤중에도 우는 건데

여기서부터가 사실 진짜 하고 싶었던 얘기다.

 

매미는 원래 낮에 우는 곤충이다. 밤에 우는 건 보통 귀뚜라미나 여치, 베짱이, 뭐 이런 애들이고. 그런데 요즘 도시에서는 한밤중에, 심지어 새벽에도 매미가 울어댄다. 잠을 설쳐본 사람이라면 알 거다. 이게 기분 탓이 아니다.

 

이유는 크게 둘이다. 하나는 열대야. 매미, 특히 도시에 많은 말매미는 기온이 높을수록 더 힘차게 운다. 밤에도 식지 않는 도시의 열대야가 매미한테는 '아직 활동할 만한 날씨'인 셈이다. 다른 하나는 빛공해. 가로등이며 간판이며 도시의 밤은 너무 밝아서, 매미가 한밤중을 낮으로 착각하고 계속 우는 거라고 한다.

 

결국 한밤중에 우는 매미는 죄가 없다. 밤을 낮처럼 만들어 둔 건 우리니까.. 라고 하면 좀 멋있는데, 새벽 3시에 깨면 그런 생각은 안 들거다. ㅋㅋㅋ

 

가로등이 만든 가짜 대낮. 매미는 밤인 줄 모르고 운다. 이걸 새벽 3시에 듣고 잠이 깨기라도 한다면 과학이고 뭐고..

 

게다가 왜 다 같이, 떼로 우는 걸까

한 마리가 울기 시작하면 옆에서 따라 울고, 어느새 동네 매미가 다 같이 합창을 한다. 이것도 이유가 있다.

 

물론, 모든 매미들이 합창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합창하는 방식도 제각각인데, 주로 옆의 다른 매미와 화답하듯이 우는 매미는 '애매미'다. 이 녀석들은 혼자서 단독으로 울 때에는 '쥬쥬쥬쥿, 스크호 스크호 스크호 시이이이이~' 뭐 이런 식으로 복잡하게 우는 녀석이다. 그런데 옆에 한마리가 달라붙게 되면, 여기에 '쥬으으으읏' 하고 추임새를 넣는다.

 

또 이상한 옆길로 새기 시작한다.. 어쨌든, 중요한건,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우는 합창은 소리가 더 멀리 퍼진다는 거다. 결국 한 마리가 외치는 것보다 떼로 외침으로써 어딘가에 있을 암컷한테 소리가 더 잘 닿게 된다. 그리고 다 같이 울면, 천적 입장에서는 '저 소리의 주인공이 정확히 어디 있는지' 콕 집기가 어려워진다. 시끄러운 게 일종의 방어막도 되는 셈이다. 시끄럽게 우는 데에도 다 계산이 있었다.. 라기엔 본능이겠지만.

 
혼자보다 떼로 외치는 게 더 멀리 간다. 천적도 누가 누군지 헷갈리고. 시끄러움은 전략이었다

궁금증 한 줄
왜 우나? 수컷이 암컷 부르는 짝짓기 신호 (암컷은 조용)
왜 밤에도 우나? 열대야 + 빛공해로 한밤을 낮으로 착각
왜 떼로 우나? 합창이 더 멀리 가고, 천적도 헷갈림

 

7년? 17년? 땅속 이야기의 오해

매미 하면 따라오는 말. '땅속에서 7년 살다가 나와서 일주일 살고 죽는다', '17년 만에 나온다' 같은 거.

 

먼저 '17년'. 이건 우리나라 매미 이야기가 아니다. 13년이나 17년을 정확히 채우고 한꺼번에 우르르 나오는 매미는 북미에 사는 '주기매미(Magicicada)'라는 아주 특이한 친구들이다. 수십억 마리가 같은 해에 동시에 튀어나오는, 그쪽 동네 명물이다. 우리나라 매미는 이런 식으로 살지 않는다.

 

몇 년을 흙 속에서 보내고, 딱 한 밤 올라온다. 우리 동네 매미는 17년씩 안 기다린다.

 

그럼 우리나라 매미는? 종마다 다르지만 대략 몇 년 정도. 흔히 5~7년 안팎으로 이야기된다. 털매미는 3년, 애매미는 4년, 참매미는 5년, 말매미는 7년.. 뭐 이런 식으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아마 대충 맞지 않을까.. 땅속에서 애벌레로 지내는 이놈들을 추적하기도 쉽지 않은데다가. 모두가 같은 해에 나오는 게 아니라서, 대체 어떻게 몇 년을 땅속에서 살다 나오는지 알아낸 것인지 모르겠다. ㅎㅎ 세대가 조금씩 겹쳐 나오기도 할 거고.. 사실 땅속 정확한 기간은 종마다, 환경마다 달라서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지 싶다. 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매년, 여름 매미 소리를 듣는 거다. 


구분 우리나라 매미(말매미, 참매미 등) 북미 주기매미(Magicicada)
땅속 기간 종마다 다름 (대략 5~7년 안팎, 정확힌 다 안 밝혀짐) 정확히 13년 또는 17년
나오는 방식 해마다 여름 조금씩 (세대가 겹침) 13/17년마다 한꺼번에 우르르

 

그런데 왜 하필 밤에 우화할까

다시 처음 그 장면으로. 내가 본 매미들은 다 밤에 땅에서 올라와 우화했다. 이것도 이유가 있다. 갓 허물을 벗은 매미는 몸이 말랑하고 새하얗다(연둣빛이다). 날개도 아직 안 굳어서 날지도 못한다. 한마디로 무방비 상태인 거다. 결국 천적이 활동하는 환한 낮보다, 어두운 밤에 조용히 빠져나와서 날개를 굳히는 편이 훨씬 안전할 것이다.

 

따라서 그런 매미를 데려다가 안전하게 우화하고, 튼튼하게 날개를 말리고, 힘차게 날아갈 수 있도록 보호한 나, 칭찬해요.. 흠흠.


글 닫기 전에..

매미는 왜 울까?

수컷이 암컷을 부르는 짝짓기 소리다. 암컷은 대부분 소리 내는 기관이 없어서 조용하다. 그 우렁찬 여름 합창은 전부 수컷들의 구애다.

 

암컷도 울까?

대부분의 종은 암컷이 울지 않는다(못 운다). 소리 내는 진동막이 수컷한테만 있다. 내가 '대부분의 종'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래도 혹시나 지구상에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종이 남아있어서, 암컷도 조금은 소리를 낼 수 있는.. 뭐 그런 매미도 혹시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렇다. 원래 과학자에게 100%란 없는 법이다.

 

요즘 매미는 왜 밤에도 울까?

매미는 원래 낮에 우는 곤충인데, 도시의 열대야(더위)와 빛공해(밝은 밤) 때문에 한밤을 낮으로 착각해서 우는 거라고 한다. 도시에 많은 말매미가 특히 더위에 더 힘차게 운다.

 

매미는 진짜 17년 만에 한 번 나오나?

그건 북미 주기매미 이야기다. 우리나라 매미는 종마다 몇 년(짧은건 3년. 대체로 대략 5~7년 안팎) 땅속에 있다가, 매년 조금씩 나온다. 그래서 여름마다 매미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매미는 일주일밖에 못 산다던데?

'땅속 몇 년, 지상 일주일'은 좀 과장된 통념이다. 성충으로 그래도 보통 몇 주는 산다고 한다. 물론 짧긴 짧다. 게다가 중간에 사마귀나 거미, 새들에게 먹히는 애들도 있어서 평균이 더 줄어든다.. 갑자기 신해철 '매미의 꿈'이 듣고 싶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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