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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물 들어갔을 때 안전하게 빼는 법을 정리해 보았다. 면봉이 왜 최악인지, 귀지가 마르지 않은 편이면 왜 더 오래 가는지, 언제 병원에 가야 하는지까지. 물놀이철 유독 귀가 먹먹한 사람을 위한 글.

물놀이를 다녀오면 꼭 나만 그런다.
같이 간 사람들은 물 밖으로 나와 고개 몇 번 털고 수건으로 쓱 닦으면 끝이다. 그런데 나는 한참을 먹먹하다. 소리가 물속에서 듣는 것처럼 웅웅거리고, 걸을 때마다 발뒤꿈치가 닿는 진동이 귀 안에서 울린다. 하루 이틀은 예사고, 심하면 며칠을 간다. '나만 이런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진짜로 나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글은 2026년 7월, 물놀이철에 쓴다. 나처럼 물놀이만 다녀오면 귀가 유독 오래 먹먹한 사람, 그리고 '고개 기울이고 콩콩 뛰는 거 이거 맞나..' 싶었던 사람을 위한 글이다.

고백하자면, 내 귀지는 좀 애매하다
뜬금없지만, 한국인의 일반적인 유전 형질에 대한 얘기부터 해야겠다. 한국인은 대부분 '마른 귀지'다. 귀지가 부슬부슬 가루처럼 떨어지는 그 타입. 나는 어릴 때부터 내가 그 반대인 '젖은 귀지'라고 여겨왔다. 귀지가 잘 안 빠져서 이비인후과에 가서 엄청 크게 뭉쳐진 덩어리를 뽑아낸 기억까지 있으니까. 유튜브에 그런 영상들 있지 않나, 귀지 왕창 빼내는 거. 보는 사람은 시원해 보일지 몰라도 당하는 입장에선 시원하기는커녕 꽤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진심이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새삼 찾아보니.. 나는 완전히 젖은 귀지도 아닌 것 같다. 부슬부슬한 마른 귀지는 확실히 아닌데, 그렇다고 전형적인 축축한 젖은 귀지냐 하면 그것도 아닌, 딱 중간 어디쯤이었다. 애초에 귀지 타입이라는 게 '마름 아니면 젖음' 둘로 딱 갈리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 사이에 스펙트럼이 있다.
이게 그냥 체질 얘기가 아니라 유전자 문제라는 게 재밌다. 'ABCC11'이라는 유전자의 특정 변이 하나가 귀지 타입을 크게 좌우한다. 이 자리가 'AA'면 마른 귀지, 'GA'나 'GG'면 젖은 귀지 쪽으로 간다. 나처럼 애매한 중간은 대개 이 유전자를 한쪽만 물려받은 경우로 설명되곤 한다. 아무튼 동아시아인은 85~95%가 마른 귀지이고, 특히 한국인은 이 '마른 귀지' 대립유전자 빈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축에 든다고 한다. 그러니 부슬부슬 마른 귀지가 아닌 나 같은 사람은 어느 쪽이든 한국에선 소수파인 셈이다. 어쩐지.

재밌는(혹은 다행스러운) 건 이 부분이다. 이 젖은 귀지 유전자는 겨드랑이 체취,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암내와도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젖은 귀지 쪽인 사람이 체취가 강한 경향이 있다는 것. 그런데 나는 다행히 일반적인 한국인들처럼 딱히 체취가 없다. 완전히 젖은 귀지도 아니고 체취도 없으니, 유전자 룰렛에서 꽤 곱게 빠져나온 편이다. 하긴 유전자와 형질의 연관이라는 게 100%가 아니라 '경향'이니까, 통계는 통계일 뿐인 거다. 이런 데서 예외로 빠지는 건 좀 이득 본 기분이랄까. ㅋㅋ
그런데 왜 물이 안 빠지고 오래 갈까
물이 귀에 들어가면 왜 잘 안 빠질까. 두 가지가 겹친다.
첫째, 귀 구멍(외이도)이 곧게 뚫린 빨대 같은 관이 아니다. 살짝 위로 휘었다가 꺾이는 굴곡이 있고, 그 안쪽 끝에 고막이 있다. 물이 이 굴곡 안쪽에 고이면 중력만으로는 잘 안 나온다. 게다가 관이 좁으니 물이 표면장력으로 방울져 딱 걸려버린다. 얇은 빨대 끝을 손가락으로 막고 들어 올리면 물이 안 떨어지고 매달려 있는 것과 비슷하다.
둘째, 이게 나처럼 귀지가 바싹 마르지 않은 사람에게 특히 불리한 부분인데, 귀지가 물을 먹으면 불어서 관을 막는다. 바싹 마른 귀지는 그나마 물에 젖어도 부슬부슬 흩어지는데, 축축한 쪽 귀지는 끈적하게 뭉치는 성질이 있어서 물을 머금으면 더 불어 배수구를 막듯 물길을 막아버린다. 실제로 네이버 지식iN에서 '귀에 물이 안 빠진다'는 질문에 상담 의사들이 다는 답변을 봐도, 상당수가 '귀지가 물에 젖어 부풀면서 귀를 막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한다. 물이 고인 게 아니라 불어난 귀지 마개가 물길을 잠근 셈이라, 아무리 콩콩 뛰어도 잘 안 나오고 먹먹함이 길게 가는 것이다. 이걸 어찌 아느냐고? 나도 검색해 봤거든. ㅎㅎ

그래서, 어떻게 빼느냐
먼저 자백. 나는 이 주제로 제대로 찾아본 적이 없다. 그냥 어릴 때부터 하던 대로, 물 들어간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고 그 상태로 콩콩콩 제자리뛰기를 한 다음, 반대쪽도 똑같이 반복해서 빼내곤 했다. 제법 효과가 좋았다. 그런데 이번에 찾아보니.. 이게 사실 꽤 정석에 가까운 방법이었다. 어깨가 좀 으쓱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안전하게 물 빼는 법들이다.
1. 고개 기울이고 흔들기(내가 하던 그 방법).
물 들어간 귀가 아래로 가게 고개를 옆으로 기울인다. 그 상태에서 한 발로 콩콩 뛰거나 고개를 가볍게 흔들면 중력에 진동이 더해져 물이 나온다. 내가 하던 게 이거다. 근거 있는 방법 맞다.
2. 귓불을 당겨 관을 곧게 편다.
고개 기울인 김에 귓불(또는 귀 위쪽)을 잡고 살짝 당기며 흔들어준다. 앞서 말한 외이도의 굴곡을 일시적으로 곧게 펴서 물이 빠질 길을 터주는 것이다. 이른바 콩콩법?에 이걸 얹으면 확실히 낫다.
3. 턱을 움직인다.
하품을 하거나, 껌을 씹거나, 입을 크게 벌렸다 오므리는 동작을 한다. 턱관절이 움직이면 귀 주변 압력이 바뀌면서 걸려 있던 물이 움직일 틈이 생긴다.
4. 손바닥 진공.
물 들어간 귀에 손바닥을 밀착해서 꾹 눌렀다가 빠르게 뗀다. 이걸 몇 번 반복하면 순간적인 음압으로 물을 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세게 하지 마라. 이걸 하다 뭔가 아프다고 느껴진다면 멈추는 게 좋다.
5. 드라이어는 약풍, 저온으로.
드라이어를 가장 약한 바람, 찬바람이나 미지근한 바람으로 놓고 귀에서 30cm쯤 떨어뜨려 살살 쐰다. 남은 물기를 증발시키는 원리다. 뜨거운 바람을 귀에 바짝 대는 건 화상 위험이 있으니 금물.
6. 옆으로 눕기.
급할 게 없다면 물 들어간 귀가 베개 쪽으로 가게 잠깐 옆으로 누워 있는 것도 방법이다. 중력이 알아서 일한다.
7. 식초+소독용 알코올 (조건부).
잘 안 빠질 때 쓰는 방법으로, 식초와 소독용 알코올을 1:1로 섞어 몇 방울 넣는 방식이 있다..고한다. 알코올은 물의 증발을 돕고 식초는 세균, 곰팡이 번식을 억제한다. 다만 이건 조건이 붙는다. 고막에 구멍이 났거나(고막 천공), 중이염 치료로 귀에 환기관(튜브)을 넣었거나, 이미 외이도염이 있는 경우엔 절대 넣으면 안 된다. 이럴 땐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킨다고. 애매하면 임의로 뭔가를 귀에 넣지 말고 병원으로 가는 게 맞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여기부터가 중요하다. 답답하다고 면봉이나 귀이개로 귀 안을 후비는 것, 이게 최악이다.
물을 닦아낸다는 게 오히려 귀지를 안쪽으로 밀어 넣어 더 단단히 막고, 외이도 피부에 상처를 낸다. 그 상처에 물속 세균이 들어가면 외이도염으로 직행이다. 심하면 고막을 찌를 수도 있다. 돌이켜보면 내가 어릴 때 이비인후과에서 뽑아낸 그 큰 귀지 덩어리도, 어쩌면 답답해서 자꾸 후비다가 안쪽으로 밀어 넣은 게 뭉치고 뭉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따라 하지 말 것.. 진짜로. 아파 죽는다. 실제로 크게 뭉쳐진 그 덩어리를 꺼내다가 귀 안쪽이 찢어져서 한동안 피도 많이 났다.)
면봉은 귀 바깥, 눈에 보이는 부분의 물기만 살살 닦는 용도까지다. 관(?) 안으로 들이미는 순간부터 좋을게 없다.

이럴 땐 그냥 병원 가자
대부분의 물은 위 방법들로 몇 분에서 몇 시간 안에 빠진다. 하지만 아래 신호가 있으면 민간요법 그만하고 이비인후과로 가는 게 맞다.
물이 하루 이틀이 지나도 안 빠지고 계속 먹먹할 때. 귀 안쪽이 아프거나 눌렀을 때 통증이 있을 때. 잘 안 들리거나, 진물 같은 분비물이 나오거나, 가렵고 열감이 있을 때. 이건 이미 외이도염(수영하는 사람에게 잘 생겨서 영어로 'swimmer's ear'라고 부른다)이 시작됐을 수 있다는 신호다. 특히 나처럼 귀지가 바싹 마르지 않은 편이라 원래도 잘 막히는 사람은, 억지로 뭘 하기보다 일찍 병원 가서 귀지째 흡입, 세척으로 빼는 게 제일 깔끔하고 안 아플거다.
미리 밝혀두자면 나는 의사가 아니고, 이 글은 내가 겪고 찾아본 걸 정리한 것이지 진료가 아니다. 증상이 있으면 의사에게 맡기자.

글 닫기 전에..
콩콩 뛰어서 빼는 거, 진짜 효과 있나?
있다. 물 들어간 귀를 아래로 기울인 상태에서 뛰면 중력에 진동이 더해져 물이 나온다. 여기에 귓불을 당겨 귀 관을 곧게 펴주면 더 잘 빠진다. 내가 수십 년 하던 방법이 알고 보니 정석이었다는 게 이 글의 반전이라면 반전.
면봉으로 닦으면 왜 안 되나?
귀지를 안쪽으로 밀어 넣고 외이도 피부에 상처를 내기 때문이다. 그 상처로 세균이 들어가면 외이도염이 된다. 귀 바깥 물기만 살짝 닦는 것까지가 면봉의 역할이고, 관 안으로 넣는 순간 득보다 실이 크다.
귀지가 젖은 편이면 물이 더 오래 가나?
그런 편이다. 축축한 쪽 귀지는 물을 먹으면 불어서 귀 관을 막기 쉽다. 한국인은 대부분 마른 귀지라 이걸 잘 못 겪는데, 마른 귀지가 아닌 사람은 물놀이 후 먹먹함이 유독 길게 갈 수 있다. 나처럼 딱 중간쯤인 애매한 경우에도.
드라이어로 말리는 거 위험하지 않나?
약풍에 찬바람이나 미지근한 바람, 그리고 귀에서 30cm쯤 떨어뜨리면 괜찮다. 남은 물기를 증발시키는 원리다. 문제는 뜨거운 바람을 바짝 대는 것. 그건 화상 위험이 있으니 하지 말자.
식초랑 알코올 넣는 건 아무나 해도 되나?
아니다. 고막에 구멍이 있거나, 귀에 환기관(튜브)을 넣었거나, 이미 외이도염이 있으면 절대 넣으면 안 된다. 이런 상태가 아닐 때 예방, 건조 목적으로 쓰는 방법이다. 애매하면 그냥 병원 가는 게 속 편하다.
이제 곧 장마가 지나고 나면 물놀이철이다. 다들 귀는 무사하시길.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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