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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 없애는 법을 찾다가 식초 트랩부터 식충식물까지 다 해봤다. 식초 트랩은 나한테 안 통했고, 끈끈이는 통했고, 끈끈이주걱은 꾸준히 잡아줬다. 그런데 결국 답은 따로 있었다.

주방에서 자두를 먹고 싱크대에 씨앗을 몇 개 버려 놓았는데, 어느새 그 주변에 초파리가 꼬였다 싶더니만 이내 마구마구 불어나서 집안 곳곳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한두 마리가 아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한 마리가 모니터 앞을 지나갔고, 방금 얼굴 근처에서 한 바퀴 돌았다. 손을 휘저어봐야 잠깐 물러났다가 다시 온다. 짜증이 난다.
나는 우리 집이 완벽하게 밀폐된 공간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은 아니다. 창문에도 방충망 틈이 있고, 현관도 여닫고, 배수구도 뚫려 있다. 초파리 정도의 크기라면 들어올 구멍이야 얼마든지 있다는 걸 안다. 그런데도 드는 생각은 이거다. 그렇다고 이 정도로 많을 일인가? 자두 씨앗 하나.. 아니, 몇 개 방치해 놨다고?

그래서 이것들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일단 뻔한 오답부터 하나 짚고 가자. '과일이 상하면 그 안에서 초파리가 저절로 생긴다', 이건 아니다. 옛날 사람들이 믿었던 자연발생설 같은 건데, 초파리도 알에서 나온다. 부모가 있다는 얘기다.
그럼 그 부모는 어디서 왔나. 크게 두 갈래인 것 같다.
첫째, 밖에서 들어온다. 초파리는 후각이 무섭게 예민하다. 몇 km 밖에서도 냄새를 맡고 찾아온다는 얘기가 인터넷에 도는데, 정확한 거리를 잰 근거는 못 찾았으니 그냥 '아주 멀리서도 용케 찾아온다' 정도로 받아들이자. 실제로 발효되는 냄새를 감지하는 능력이 대단하다는 건 연구로도 확인된 편이다. 잘 익은 과일, 시큼하게 발효되는 냄새, 술 냄새 이런 걸 좋아한다. 심지어 알코올에 어느 정도 내성까지 있어서 발효된 걸 잘 먹는다고 한다. 그러니 창문 틈으로 그 냄새가 새어나가면, 밖에 있던 놈들이 찾아 들어온다.
둘째, 이게 더 골치 아픈데, 집 안에서 태어난다. 과일 껍질이나 음식물 쓰레기, 배수구의 미끈거리는 막, 슬러지 같은 곳에 성충이 알을 낳는다. 심지어 마트에서 사 온 과일 껍질에 이미 알이나 유충이 붙어 있다가, 집에 와서 적당한 온도가 되니 부화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나는 분명 문을 잘 닫고 다녔는데 왜?'가 성립한다. 밖에서 안 들여왔어도, 데리고 들어온 알이 집 안에서 커버린 거니까.
우리 집으로 좁혀보면 용의자가 아주 뚜렷하다. 방금 말한 자두 씨앗. 그리고 내가 음식물 쓰레기 처리하려고 키우는 지렁이 사육통. 여기 과일 껍질을 넣어주는데, 그 근처에 유독 많다. 마지막으로 쓰레기통 주변. 이건 뭐 말할 것도 없고.

지렁이 사육통. 그래, 나는 지렁이를 키우고 있다. 사실 이전에 다른 글에서 잠시 지렁이 사육통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긴 하다. 지오스민과 톡토기에 대한 이야기였고, 이 지렁이 사육통에서 습도가 올라가면 종종 볼 수 있는게 톡토기이기에 잠깐 이야기 했던 것이지만.. 이 지렁이 사육에 대한 글도 나중에 한번 써볼까 싶긴 하다. 이전 글이 궁금하다면? 아래에 링크를 걸어 놓겠다. ㅎㅎ
2026.06.06 - [자연, 과학] - 비 냄새는 사실 빗방울 냄새가 아니다? - 페트리코어와 지오스민 이야기
비 냄새는 사실 빗방울 냄새가 아니다? - 페트리코어와 지오스민 이야기
어제 출근길에는 우산도 안 챙겼는데 추적추적 빗방울이 떨어진다 싶더니만, 훅 하고 그 냄새가 끼쳤다. 비가 아직 쏟아지지는 않았지만, 공기가 먼저 '이제부터 비 온다?'고 알려주는 그 냄새.
lostuni.tistory.com
한 마리가 순식간에 떼가 되는 이유
여기서 초파리의 진짜 무서운 점이 나온다. 번식 속도다.
초파리 한살이를 대충 보면 이렇다. 알에서 하루쯤이면 유충이 나오고, 유충이 4~5일 자라서 번데기가 되고, 번데기에서 다시 4~5일쯤 있다가 성충이 된다. 온도가 딱 좋은 25도 근처면 알에서 어른까지 통틀어 열흘 안팎이다. 좀 서늘하면 늘어지고 더우면 더 빨라져서, 30도 가까우면 일주일까지도 줄어든다고 한다. 게다가 성충이 되고 반나절만 지나면 짝짓기를 하고, 이틀쯤 뒤부터 알을 낳기 시작한다. 먹이가 넉넉하면 이 주기가 더 빨라진다고 한다.
암산을 해보면 답이 안 나온다. 눈에 한 마리 보였다는 건 이미 어딘가에서 사이클이 돌고 있다는 뜻이고, 그 사이클은 열흘 남짓마다 개체 수를 몇 배로 불린다. 내가 자두 씨앗을 버린 그 순간부터,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이미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던 거다.
그리고 나는 오늘 그 증거를 봤다. 쓰레기통 주변을 보니, 초파리 번데기로 보이는 것들이 있더라. 성충만 날아다니는 게 아니라, 다음 세대가 그 자리에서 자라고 있었다는 얘기다.

초파리 없애기. 내가 실제로 해본 것들
자, 이제 실전이다. 초파리 없애는 법으로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게 식초 트랩이다. 나도 당연히 그것부터 해 봤다.
1. 식초 트랩 (일단 나는 실패)
컵에 식초를 담아두면 시큼한 냄새에 이끌려 초파리가 빠져 죽는다는 원리다. 여기서 한 가지 포인트가 있는데, 식초만 담으면 잘 안 된다고 한다. 물이든 식초든 표면에는 표면장력이라는 게 있어서, 가벼운 초파리는 그 위에 살짝 앉았다가 다시 날아가 버린다. 그래서 주방세제를 두세 방울 떨어뜨리라고들 한다. 세제의 계면활성제가 표면장력을 확 낮춰줘서, 초파리가 앉는 순간 표면을 뚫고 가라앉는다는 거다. 원리는 그럴듯하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나한테는 효과가 전혀 없었다. 컵을 놔둬도 초파리들이 별로 관심을 안 줬다. 왜 안 통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우리 집에서 날아다니는 초파리들은, 이미 쓰레기통이나 과일 껍질이나, 싱크대, 지렁이통이라는 더 매력적인 장소를 뷔페처럼 깔아 두고 있어서 굳이 내 식초 트랩까지 안 온 걸 수도 있고, 내 배합이 어설펐을 수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결과는 실패였다. 검색하면 다들 극찬하는 방법인데 나만 안 되니 좀 억울하긴 했다.

2. 끈끈이 (이건 통했다)
식초가 실패하고 나서 쓴 게 쿠팡에서 샀던 끈끈이다. 끈적한 판에 초파리가 붙어서 못 떨어지는, 그 단순무식한 물건. 이건 확실히 통했다. 며칠 놔두니 눈에 띄게 붙어 있었다. 적어도 식초 트랩보다는 백 배 나았다. 하지만 심각한 단점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우리집 고양이와의 상성이었다. 고양이는 우리 집에서 정말 아무 곳이나 돌아다닐 수 있는데, 문제는 이 끈끈이가 하필 우리집 고양이의 관심을 끌고 말았다는 거다. 고양이는 관심이 가는 끈끈이를 괜히 건드려 보았고, 끈끈이는 고양이에게 엉겨 붙었으며, 자신의 몸과 털에 달라붙는 끈끈이에 기겁한 고양이는 그걸 달고 온 집안을 날뛰며 난장판을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3. 식충식물 (이건 좀 재미를 보았지만, 결정타는 아니다)
다음은 식충식물이다. 지렁이 화분은 원래 관리를 잘못하면 벌레가 쉽게 생길 수 있다. 예전에도 그래서 식충식물을 몇 종 키웠었는데, 그 때 제일 재미를 봤던 식충식물이 네펜데스(벌레잡이통풀). 그래서 이번에도 양재 꽃시장에 가서, 원래는 네펜데스를 찾아 보았지만, 네펜데스는 없었고 대신 사라세니아 퍼포리아라는 걸 들이게 됐다. 식충식물 화분 하나 당 7천 원. 사장님이 세 개 사면 천 원 깎아서 2만원에 주신다기에 파리지옥이랑 끈끈이주걱까지 하나씩 들여 놓았던 것이었다. 이렇게 식충식물 화분 3개가 창가에 저면관수 방식으로 놓이게 되었다.

그리고 이게 파리들을 잡는다. 특히 끈끈이주걱이 물건이다. 잎에 끈끈한 액이 맺혀 있는데, 여기에 초파리가 붙어서 못 빠져나간다. 사진으로 봐도 잎마다 까맣게 잡힌 게 보일 정도다. 퍼포리아는 항아리처럼 생긴 잎 안쪽을 들여다보면 초파리가 꽤 들어가서 녹고 있다. 사진으로 담기는 어렵지만, 안을 보면 확실히 일을 하고 있다.



셋 중에 제일 기대를 안 하게 되는 건 사실 파리지옥이다. 생긴 건 제일 그럴듯한데, 얘는 사실 초파리 같이 작은 벌레를 잡는데에 적합하지 않고, 이름 그대로 파리를 잡는데 특화 되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저 손바닥 같은 포충기관 하나당 한마리를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정도로 생각해보면, 그렇게 효율적인 편은 아닌 것 같다. 아마 벌레를 유인하는 냄새? 혹은 색상 같은 유인 요소가 나름대로 있긴 있을텐데, 거기에 유인된 벌레가 알아서 잎 위를 밟고 지나가 줄 때까지(정확히 말하자면 그 안의 섬모? 센서?를 건들고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한다. 초파리 입장에서야 굳이 그 위에 앉을 이유가 없으며, 앉더라도 잎을 닫게 만드는 그 스위치를 건들지 않으면 그냥 못 잡는 거다. 결국 초파리 잡는 데에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다. 그냥 파리는 잡았다. 두 세마리 정도, 언제 잡았는지 잡기는 잡았더라. 하지만 어쨌든 초파리를 잘 잡는 순서를 매기자면 끈끈이주걱, 퍼포니아, 그리고 한참 뒤에 파리지옥 정도 되는 것 같다.(파리지옥은 초파리는 그냥 거의 못 잡았다)
문제는, 이 친구들이 아무리 부지런히 잡아도 초파리가 태어나는 속도를 못 따라간다는 거다. 앞에서 봤듯이 저쪽은 일주일 만에 몇 배씩 불어나는 조직이다. 식충식물 몇 포기가 잎으로 하나씩 잡아봐야, 그건 밑 빠진 독에 바가지로 붙잡는 격이다. 실제로 우리 집 초파리는 식충식물을 들인 뒤에도 여전히 많다. 굳이 따지면 끈끈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잡기는 하지만, 결국 이건 식물을 키우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 재밌는 취미 정도지, 이게 해결책은 아니었다.
결국 답은 '잡는 것'이 아니었다
여기까지 오면 결론이 좀 허무하게 정리된다. 식초 트랩, 끈끈이, 식충식물. 이것들은 전부 '이미 날아다니는 성충을 잡는' 방법이다. 그런데 잡는 속도로는 태어나는 속도를 절대 못 이긴다. 앞에서 계산이 안 나온다고 했던 그 번식 속도 때문이다.
그러니 진짜 방법은 잡는 게 아니라, 애초에 안 생기게 하는 거였다. 알을 낳을 자리, 유충이 자랄 먹이, 그러니까 발생원을 없애는 것. 부패하는 유기물을 치우고, 음식물 쓰레기를 오래 두지 않고, 배수구를 관리하고, 과일을 밖에 방치하지 않는 것. 김빠지게 당연한 얘기지만, 온갖 트랩을 다 돌려본 끝에 도달한 결론이 그거다.

그래서 나는 조금 전에 집 안 쓰레기를 전부 밖에 내다 버리고 왔다. 번데기가 자라고 있던 그 자리를 걷어낸 거다. 그러고는 내친김에 하나 더 했다. 주방 싱크대 수채구멍. 여기 거름망에 음식물 찌꺼기가 끼어 미끈거리는데, 이게 딱 초파리가 좋아할 자리다. 거름망을 빼서 박박 닦고, 배수구에 끓는 물을 콸콸 부었다. 눈에 안 보이는 알이나 유충이 거기 있었다면, 이걸로 정리됐길 바라면서.

결론은 초파리를 없애기 위해 가장 유용했던 방법은 이 두가지다.
1. 쓰레기 비우기
2. 싱크대를 깨끗하게 치우고 뜨거운 물 붓기
트랩을 하나 더 놓는 것보다, 이렇게 발생원 몇 군데를 걷어내는 편이 훨씬 근본적이다. 물론 지렁이 사육통은 내가 계속 운영해야 하니, 이 전쟁이 완전히 끝나진 않겠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고.
글 닫기 전에..
식초 트랩, 그거 다들 된다던데?
나도 그게 억울하다. 원리상으로는 되는 게 맞다. 세제를 넣어서 표면장력을 깨는 것까지 하면 많은 집에서 효과를 본다고 한다. 다만 우리 집처럼 지렁이 사육통 같은 더 강력한 유인원이 따로 있으면, 초파리가 굳이 내 컵으로 안 올 수 있다. 트랩은 어디까지나 '경쟁에서 이겨야' 통하는 방법인 것 같다.
그럼 식충식물은 사지 말라는 건가?
그런 뜻은 아니다. 초파리 박멸용으로 사면 실망할 거다. 그런데 식물 자체가 예쁘고 키우는 재미가 있다. 초파리 잡는 건 덤이라고 생각하면 딱 좋다. 집에서 원래 화분을 키우고 있다면, 그리고 뿌리파리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면, 식충식물은 이 뿌리파리 방제에도 효과가 꽤 있는 것 같다. 혹시라도 나처럼 지렁이를 사육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역시나 유효하다.
초파리랑 뿌리파리랑 다른 건가?
다르다. 초파리는 주로 과일이나 발효물에 꼬이고, 작은뿌리파리는 화분의 축축한 흙에서 잘 생긴다. 화분을 많이 키우면 뿌리파리도 골칫거리인데, 이건 흙을 너무 습하게 안 하는 게 관건이라고 한다. 뿌리파리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따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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