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아파트 화단에서 배와 어깨가 노란 까치를 봤다. 그것도 두 마리. 비를 그렇게 맞았는데 색이 안 지워진다. 황금 까치, 길조, 신종, 돌연변이.. 하나씩 따져봤지만 사진만으로는 정체를 끝내 단정할 수 없었다.

배와 어깨의 흰 깃털이 노랗게 물든 까치가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사진
하얀 색이어야 할 배와 어깨가.. 노랗다. 역광이나 무슨 조명 같은게 아니고 진짜다.

 

 

며칠 전, 아파트 화단을 지나다가 걸음을 멈췄다. 화단 나무 근처와 가지에 까치 몇 마리가 앉아 있었는데.. 색이 이상했다. 원래 새하얀 색이어야 할 배가 노랬다. 어깨의 흰 반점도 노랬다. 머리와 날개, 꼬리는 여전히 새까만데, 하얘야 할 자리만 죄다 노랗게, 거의 황금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사실 이 녀석을 본 게 처음은 아니다. 몇 주 전에도 화단에서 딱 이 노란 까치를 봤는데, 그땐 폰을 꺼내는 사이 날아가 버려서 못 찍었다. 그러다 이번에 또 마주쳐서, 이번엔 놓치지 않고 찍었다.

 

검은 머리와 검은 눈은 그대로인데 흰 부분만 노란 까치 두 마리
검은 데는 그냥 새까맣고, 눈도 까맣다. 생김새 자체는 그냥 일반적인 까치와 같다.

 

이 녀석들, 대체 정체가 뭘까. 혹시 돌연변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신종? 대체 정체가 뭘까? 사진을 많이 찍지는 못했지만, 노란 까치 한 마리는 마치 이 안쪽의 깃털도 노랗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려는 듯 앉은 자세에서 날개를 퍼덕이며 겨드랑이 안쪽 깃털까지 남김없이 보여주었다. 노랗다.

 

재밌는 건, 노란 까치가 한 마리가 아니었다는 거다. 근처에 노란 까치가 두 마리 있었다. 반면 같은 화단을 오가는 다른 까치들은 다들 멀쩡한, 우리가 아는 그 흑백 까치였다. 크기도 생김새도 똑같고, 딱 이 두 마리만 노랬다.

 

일반적인 까치 두 마리
노란 까치들과 함께 있던 다른 두 마리는 그냥 일반적인 까치의 모습과 색깔 그대로다.

 

그래서 집에 와서 좀 찾아봤다. 이 노란색 까치, 정체가 대체 뭘까. 떠오르는 가능성을 하나씩 지워보기로 했다.

 

알비노? 아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알비노였는데, 방향이 반대다. 알비노는 색소가 아예 안 만들어져서 온몸이 하얗고 눈이 붉게 비친다. 그런데 이 까치는 검은 데는 오히려 더 새까맣고, 눈도 까맸다. 색이 '빠진' 게 아니라 어디선가 '더해진' 쪽이다.

 

백변종(류시즘)도 비슷하게 걸러진다. 그건 색소가 부분적으로 빠져 희끗희끗해지는 거지, 노랗게 되는 게 아니다. 노랑은 '없어서' 나오는 색이 아니라 '뭔가 있어서' 나오는 색이니까.

 

알비노, 백변종, 외부 착색을 까치 실루엣으로 비교한 인포그래픽
색이 '빠지는' 알비노·백변종과, 색이 '더해지는' 착색은 전혀 다른 형질이다.

 

신종이나 잡종? 그것도 아니다

주변에 평범한 까치들이 같이 있었다는 게 여기서 힌트가 된다. 크기, 부리, 몸매, 앉은 자세까지 그냥 까치였다. 노란 앵무 같은 다른 새도 아니고, 못 보던 신종도 아니다. 누가 봐도 까치인데, 흰 부분만 노란 까치다.

 

그럼 노란 색소가 유난히 많은 걸까?

노란 깃털 하면 보통 카로티노이드라는 색소를 떠올린다. 병아리나 홍학이 노랗고 붉은 게 이 색소 덕이다. 이렇게 유난히 노란색이 많이 도는 걸 황색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좀 걸리는 사실을 만났다. 까치는 원래 깃털에 이 노란 카로티노이드 색소를 쓰지 않는 걸로 알려져 있다. 까치의 색은 검정(멜라닌)과, 파랗고 보랏빛으로 반짝이는 광택(색소가 아니라 깃털 미세구조가 빛을 반사해 내는 구조색)으로 이뤄진다. 노란 물감 자체가 팔레트에 없는 셈이다. 그러니 몸속에서 노란 색소를 만들어 깃털에 칠했다는 설명은.. 적어도 흔한 이야기는 아니다.

 

까치의 검정은 멜라닌, 광택은 구조색이며 노란 색소는 원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도식
까치의 팔레트엔 원래 노란 물감이 없다. 그래서 스스로 노래지긴 어렵다.

 

그래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답은 '착색'인데..

까치가 노란 색소를 스스로 안 만든다면, 이 노란색은 몸 밖에서 왔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실제로 노르웨이에서 노란 까치를 조사한 연구에서, 빠진 깃털을 분석했더니 그 노란색이 새의 몸이 아니라 '환경에서 온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쉽게 말해 흰 깃털이 뭔가에 물든 거라는 얘기다.

 

이게 왜 흰 부분에서만 도드라지는지도 말이 된다. 검은 깃털은 원래 진해서 뭐가 좀 묻어도 티가 안 난다. 반면 흰 깃털은 하얀 도화지 같아서, 옅은 얼룩도 그대로 색으로 드러난다. 그래서 '흰 배와 흰 어깨만 노랗게' 보이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보통 '노란 까치'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답이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딱 잘라 '그래, 그냥 때가 탄 거야' 하고 넘어가기가 좀 어려웠다. 내가 직접 본 몇 가지가 자꾸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같은 얼룩도 검은 깃털엔 안 보이고 흰 깃털엔 노랗게 드러나며 비에도 남는 것을 비교한 그림
흰 깃털은 도화지라 옅은 얼룩도 색이 된다. 게다가 잘 안 씻기는 얼룩이면 더.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하나, 비. 요 며칠 비가 꽤 많이 왔다. 단순히 흙먼지나 꽃가루가 살짝 묻은 정도라면 그 비를 맞고도 저렇게 선명하게 남아 있을까 싶었다. 물론 기름때나 어떤 물질은 깃털에 단단히 들러붙어 비에 잘 안 씻기기도 한다니, 이것만으로 착색이 아니라고 할 순 없다. 그래도.. 좀 끈질기긴 하다?

 

둘, 시간. 몇 주 전에 봤을 때도 노랬고, 이번에도 노랬다. 짧게 묻었다 지워지는 게 아니라 꽤 오래 유지되고 있다.

 

셋, 두 마리. 이게 제일 묘하다. 한 마리면 '어쩌다 뭘 뒤집어썼나 보다' 하겠는데, 같은 화단에 노란 까치가 둘이다. 이걸 어떻게 볼까. 두 마리가 각각 독립적으로 똑같은 돌연변이가 생겼다고 보긴 확률적으로 너무 어렵다. 오히려 둘이 같은 자리에서 같은 무언가를 묻혔다고 보면 착색 쪽에 더 힘이 실린다. 다만 저 둘이 한 가족(어미와 새끼, 혹은 형제)이라면, 무언가 돌연변이? 유전자를 공유했을 가능성이 또 열린다. 같이 있는 일반적인 까치 두 마리는 또 깃털에 노란 기운 자체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환경적으로 저 두마리만 저렇게 선명한 노란색이 온 몸 골고루 착색 되었다는게 뭔가 좀 이상하다. 여기서부턴 내가 가진 사진으로는 판단이 안 선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직 이게 뭔지 모르겠다. 착색이 가장 그럴듯한 설명인 건 맞다. 그런데 비에도 안 지워지고, 몇 주째 그대로고, 두 마리나 그렇다는 걸 직접 보고 나니, '무조건 때가 탄 것'이라고 단정할 자신도 없어졌다. 돌연변이 같은 다른 가능성을 100퍼센트 지울 수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건 결국 저 깃털을 직접 주워서 분석해봐야 알 수 있는 문제다. 눈으로, 사진으로 끝낼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디 물어볼 순 없을까

이런 건 나만 갸웃하고 넘길 게 아니라 기록으로 남기면 쓸모가 있다. 요즘은 시민이 관찰을 기록하는 창구가 여럿 있다.

 

네이처링(naturing.net) 같은 국내 시민과학 플랫폼에 사진과 함께 올리면, 다른 관찰자나 전문가가 동정을 도와준다. 전 세계 기록으로는 eBird나 아이내추럴리스트(iNaturalist)도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운영하는 '이웃집 야생생물' 같은 시민 기록 창구도 있다. 다만 국립생태원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발견제보'는 말 그대로 멸종위기종을 위한 창구라, 흔한 까치는 대상이 아니다. 이건 참고.

 

정확한 답을 원한다면 결국은 빠진 깃털을 확보해 분석하는 게 정석이다. 그러니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사진과 날짜와 장소를 잘 기록해두고, 다음에 또 마주치면 더 자세히 관찰하는 것. 저 화단을 지날 때마다 이제 자꾸 나무 위를 올려다보게 생겼다.

 

그래서.. 일단 나는 플랫폼에 사진을 올려 놓았다. 그리고 결과가 어떻든, 나는 저걸 그냥 길조라고 생각해 버리기로 했다. 로또..사야 하나? ㅎㅎ

 


글 닫기 전에..

노란 까치, 진짜 있나?

있다. 보시다시피 사진도 찍어 놓았다. 다만 '노란 까치'라는 별도의 종은 아니다. 흰 깃털이 노랗게 물든(착색된) 평범한 까치일 가능성이 가장 클 것 같다.. 그게 전부인지는 또 다른 문제고.

 

그냥 노란 때가 탄 게 아닐까?

가장 유력한 설명이긴 한데, 확실하진 않다. 비에도 잘 안 지워지고 몇 주씩 유지되고 여러 마리가 그렇기도 해서, 사진만으로 단정하긴 어렵다. 정확한 건 빠진 깃털을 분석해봐야 안다. 물론, 내가 분석한다고 뭘 알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누군가 이 노란 까치를 조사해 줄 전문가가 어디 없을까..

 

돌연변이나 신종일 수도 있나?

신종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옆에 평범한 까치가 있고 생김새가 완전히 같다). 돌연변이는.. 까치가 원래 노란 색소를 안 쓴다는 점 때문에 흔한 설명은 아니지만, 사진 한 장으로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렵다. 열어둔다.

 

길조 맞나?

민속에선 까치가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새로 통하고, 검색해보면 물론 내가 본 까치와는 좀 달랐지만 노란 까치를 길조라며 반기기도 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색 자체는 과학적으론 착색 쪽으로 많이 기운다. 좋게 볼지 말지는 각자의 몫이고, 나는 그냥 감정적인 이유로 이 새를 길조라 생각해 버리기로 했다. ㅎㅎ

 

어디에 제보하거나 기록할 수 있나?

네이처링, eBird, 아이내추럴리스트 같은 시민과학 플랫폼에 사진과 함께 올리면 전문가·커뮤니티가 동정을 돕는다고 한다. 국립생물자원관 '이웃집 야생생물' 같은 창구도 있다. 단 국립생태원 '멸종위기 야생생물 발견제보'는 멸종위기종용이라 까치는 대상이 아니다.

 

병에 걸린 건 아닌가?

깃털에 색이 묻은 것 자체는 보통 해롭지 않다. 깃털은 자라고 나면 죽은 구조라, 겉에 묻은 색이 새를 아프게 하진 않는다. 착색이라면 털갈이 후 흰색으로 돌아올 수 있다.

반응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6/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
반응형